종로구·서울시에 신청하면, 문화유산 해설사 안내받아

  • 언덕을 따라 한옥지붕이 빚어낸 부드러운 곡선이 촘촘히 이어지며 만들어낸 풍경은 넘실대는 파도 같다. 그 너머로 도심의 높은 고층빌딩과 남산 N서울타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과 '대한민국'이 공존하는 곳.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안국·가회·삼청·계동·재동 등 일대)이다.

    외국인이나 국내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를 끄는 이곳은 발길 가는 대로 다녀도 좋고, 좀 깊이 있는 설명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문화유산해설사 답사·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걸어서 북촌 한 바퀴

    19일 종로구 문화유산해설사 유강렬(56)씨와 함께 종로구가 마련한 북촌 답사 코스를 밟았다. 시작점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현대사옥 뒤편에 있는 서울시 북촌문화센터. 조선시대 한옥의 결이 살아있는 전시관에서는 동영상과 전시물을 통해 북촌의 역사와 변천사, 한옥의 개량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남산골 남촌은 가난한 선비들이 많아서 술을 많이 마신 반면, 북촌은 궁궐에 일하는 부자들이 떡을 많이 해먹었다고 합니다. 조선이 망한 후에는 북촌 고관대작 집들에 있던 골동품들이 인사동으로 쏟아져 나왔죠."

    안내책자나 안내판으로는 알기 힘든 재미난 뒷얘기들을 술술 풀어내는 가이드들의 입담은 북촌 탐방을 한결 재미나게 해준다.
  • 담 너머 웅장한 창덕궁 건물들을 마주하고 있는 곳에는 조선시대 수도방위를 맡았던 금위영 건물을 말끔하게 단장한 원불교 '은덕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다. 산뜻하게 기와를 얹은 담벼락을 감은 능소화는 붉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이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인촌 김성수의 옛 집. 담벼락을 맞대고 있는 대동세무고등학교 계단 쪽에서 보면 마당 너머 고풍스러운 한옥의 자태를 구경할 수 있다.

    대동세무고와 중앙고 사이 길목에 있는 한국옻칠연구소 '칠원(漆苑)'. 낡은 한옥을 새단장한 이곳은 아담한 앞뜰과 시원스럽게 트인 툇마루가 인상적이다. 명성황후가 살았다는 '김형태 가옥'을 지나 골목 안으로 접어들면 북촌 한옥마을의 고갱이라 할 가회동 31번지다. 오밀조밀 붙은 한옥들이 가장 큰 무리를 이루고 있어 꼭 가봐야 할 코스로 꼽힌다.
  • 북촌 한옥마을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난 가회동 31번지 북촌한옥길 전경. /조선일보DB
  • 특히 가회동 31번지 가운데 '북촌 한옥길'은 각종 관광책자에 단골로 사진이 나온다. 비슷한 듯해도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는 한옥의 기와지붕과 담벼락들이 손대면 닿을 듯 머리맡에 드리워져 있다.

    한옥들 사이로 담벼락 너머로 볼 수 있는 큰 양옥이 '이준구 가옥'. 한옥은 아니지만 이곳의 '명물'로 인기를 끈다. 프랑스에서 기와를 가져와 얹은 푸른 지붕과 개성 화강암을 사용해 1930년대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소박한 살림집들이 많은 정독도서관과 삼청동길 사이의 한옥 골목에서는 낡은 한옥을 새로 짓거나 고치는 공사가 한창이다. 한옥 처마 아래 예쁘게 꾸민 찻집과 식당이 많은 정독도서관 정문에서 '윤보선가' 앞을 지나 다시 안국역으로 나오며 답사는 끝난다. 종로구 관광과 (02)731-0851
  • 한옥들이 밀집해 있는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관람객들이 문화유산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종로구 제공
  • 박물관·갤러리·공방 구경 풍성

    서울시도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 하는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두 사람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으며, 개인은 3일 전, 단체(10명 이상)는 5일 전까지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북촌문화센터에도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당일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영어·중국어·일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서울시 관광진흥담당관 (02)2171-2459. 북촌 한옥 답사는 모두 무료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싶다면 자유롭게 북촌을 걸어보자. 북촌문화센터에는 주요 답사코스와 문화명소들을 자세히 명시한 휴대용 지도가 있다. 역사적 의미가 깃든 옛집,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곳, 박물관과 갤러리·공방들을 찾기 쉽도록 표시해 놓았다. 특히 북촌은 테마박물관의 천국같은 곳이다. 닭·부엉이·장신구·실크로드·티벳 등 테마별로 작지만 알차게 꾸민 사설박물관 10여 곳이 골목골목마다 꼭꼭 숨어있다. 북촌 문화센터는 민화·서예·천연 염색·가야금·거문고·한지공예·전통주 빚기 등을 배울 수 있는 강좌도 열고 있다. (02)3707-8388, hanok.seoul.go.kr

[조선일보 200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