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淸洞 청와대 옆의 작은 동네 삼청동. 나직이 자리한 이곳의 작은 건물들은 기와 뚜껑도 벗어버리지 못하고 옛 모습을 간직하며 서 있다. 기억을 더듬으며 삼청동을 찾은 이라면 변하지 않은 이곳의 건물과 여전히 그대로인 삼청동 수제비를 보게 될 터. 허나 숨은 보석은 놓치기 십상이다. 삼청동, 그 분위기에 취할 만한 골목의 숨은 집을 소개한다.

 

Linga Longa

삼청동의 좁은 도로,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 정체를 살짝 벗어나 감사원 길로 향한다. 서울에 이렇다 할 골목이 삼청동에만 있는 건 아닐 텐데, 소박한 주말 데이트를 즐기려는 도시민들은 모두 이곳으로 몰리는 듯 북새통을 이룬다. 허나 삼청동을 좌우로 가르며 나 있는 도로에서 벗어나 감사원으로 향하는 길은 사정이 다르다. 그 길 위에는 답답한 도로만큼 답답해진 가슴을 위로할 만한 한적한 길과 삼청동이 아닌 유럽의 어딘가를 연상케 하는 바가 있다.

하얗게 칠한 벽으로 난 아담한 하늘색 창, 나무로 엮은 소박한 간판까지. 링가롱가에 사로잡힌 눈길은 어느새 발길을 그곳으로 이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빼앗는 건 여행 중에 모은 듯한 접시와 바닥에 수북이 쌓인 코르크 마개다. 이들은 굳이 메뉴를 보지 않아도, 한눈에 이곳이 와인 전문 바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링가롱가의 실내 인테리어는 포근한 듯 하면서도 모던하다. ㄷ자 형의 다소 딱딱해 보이는 바와 묘한 조화를 이룬 자그마한 테이블. 은밀한 공간인 듯 숨어있는 세 개의 테이블은 고풍스러운 향기마저 풍긴다. 창가에 놓여진 작은 램프와 구석구석을 장식하는 아담한 소품들도 따뜻한 분위기를 돋구는 데 한 몫을 하고, 진열된 와인들도 주인의 손길이 담뿍 담은 인테리어의 하나인 듯 보인다. 작은 공간에 놓인 그들 모두가 정확히 제 자리를 찾아 이룬 조화가 오묘하다.

어둠이 깃든 시간에 이곳을 찾은 손님들과는 달리, 낮 손님의 대부분은 커피와 차를 즐긴다. 실상 그들은 커피 혹은 차가 아닌 이곳의 분위기를 마신다. 그렇다고 맛이나 정성이 부족한 건 아니다. 진한 맛과 구수한 향이 일품인 핸드드립커피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링가롱가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역사를 담은 책 제목이라 한다. 그저 예뻐서 지었다는 바의 이름. 그 이름과 닮아서인지 링가롱가는 그저 예쁘기만 하다.

찾아가기 삼청동 금융연수원 지나 감사원 방면으로 우회전. 100m 가량 지난 지점 오른편의 작은 골목에 자리했다.
영업시간 평일 17:00~01:00, 토·일요일 13:00~01:00 ㅣ 메뉴 와인 3만원~26만원, 맥주 7천원~1만5천원, 홍차·녹차 6천원~1만5천원, 커피 4천원~7천원 등 ㅣ 카드 가능 ㅣ 주차 가능 ㅣ 문의 (02)730-3323

 

BG Muhn

골목 모서리, 가로로 길게 난 작은 창 아래로 조명을 받은 벤치가 노랗게 빛난다. 벤치가 놓인 곳은 작은 화단. 추운 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붉은 장미가 피어 오른 작은 화단이다. 헌데 이들보다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다. 다름 아닌 벤치와 화단을 떠받치고 있는 비지문의 벽, 그리고 그곳에 그려진 벽화다. 직선과 곡선, 원색과 미색이 한데 어우러져 매력을 뽐내는 이곳의 벽화는 화가 문범강씨의 작품이다. 비지문(BG Muhn)이라는 이곳의 이름도 그의 이니셜을 따 지은 것으로, 모르는 이의 눈에도 띌 정도로 독특하다. 벽화를 돌아선 또 다른 건물의 면에는 레이스 커튼이 내려진 큰 창이 나 있다. 전체적으로 검은 톤의 외벽과 잘 어울린 하얀 커튼이다.

건물 전체적으로 독특한 매력을 선보인 까닭인지, 비지문으로 들어서는 발길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발을 내린 그곳에는 직각에 가까운 바와 테이블, 액자 등이 위압적이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놓여있다. 레드와 블랙으로 일관하다시피 한 내부 색감도 약간은 무거운 듯 하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섞여 따뜻하게 느껴진다.

비지문은 50여 가지의 와인 리스트를 갖춘 와인 전문 바로, 희귀한 와인을 즐기는 와인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트로피컬 윈드, 스위트 오렌지 등 와인 만큼 희귀한 차도 있다. 차는 끝까지 마실 때까지 식지 않도록 작은 초를 차 주전자 아래에 받쳐준다. 커피 빈 또한 이틀 이상 쓰지 않는 게 비지문의 원칙이다.

찾아가기 삼청동 금융연수원 지나 감사원 방면으로 우회전해 50m 가량 지난 지점에 자리했다.
영업시간 10:30~02:00 ㅣ 메뉴 와인 6만원~47만원, 차 7천원~8천원, 커피 6천원~1만원 등ㅣ 카드 가능 ㅣ 주차 가능 ㅣ 문의 (02)732-9004

 

Jazz Story

재즈스토리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허름하다’. 심하게 말하면 카페인지 폐자재를 쌓아놓은 쓰레기더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그도 그런 게 10년 전, 재즈스토리를 만들 당시, 사용한 자재가 각종 드럼통, 폐자재, 버스 등이라고 한다. 외부는 그렇다 치고 카페 내부는 또 어떤가. 천과 가죽이 다 찢어진 낡은 의자와 고철과 병뚜껑으로 만든 화장실, 심지어는 재떨이로 빈 참치 캔을 준다. 천정에는 비행기와 자전거가 매달려 있고, 박정희가 친필로 쓴 새마을운동 권장 액자가 걸려있는가 하면, 돌아가지도 않을 듯한 오래된 영사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방명록인지 메뉴인지 정체불명의 것을 들고 온 종업원은 오는 손님 모두에게 ‘여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며 안내를 한다. 허름한데 황당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허름하고 황당한데, 편하다는 거다. 하나하나가 손님들과 쌓아온 추억이자 볼거리고, 생소하지만 산뜻한 경험이다. 더불어 벽면을 가득 메운 LP판은 기억이자 추억이고, 테이블과 전혀 거리를 두지 않은 라이브 무대는 손님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허름하지만 허름하지 않는 재즈스토리의 매력은 그래서 겉이 아닌 속에 자리했다.

찾아가기 삼청터널 진입하기 전, 마을버스 종점 맞은편에 자리했다.
영업시간 16:00~02:00 ㅣ 공연시간 20:30~24:00 ㅣ 공연료 5천원(안주 주문 시 무료) ㅣ 메뉴 커피 낮 6천원·밤 7천원, 칵테일 낮 7천원·밤 9천원, 국산맥주 낮 5천원·밤 7천원 등 ㅣ 카드 가능 ㅣ 주차 가능 ㅣ 문의 (02)725-6537~8, www.jazzstory.co.kr

출처 : Tong - seattletwins님의 맛집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