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떨어지는 가회동은 고즈넉했다.

한옥의 기와 지붕과 현대 양식이긴 하지만 묘하게 시간의 흐름이 비켜간 듯한 낮은 건물들만 늘어선 사이로 차도 사람도 그다지 바쁠 것 없다는 투로 조용조용 움직이는 듯했다.

서울이 600년 고도임을 그리고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구나 새삼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다.

최근 1~2년 사이에 재동초등학교 사거리를 중심으로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속속 문을 열면서 가회동은 그 자체로 복합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가회동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가회동이 뜨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한옥보존지구인 덕분에 인사동이나 삼청동처럼 인위적인 개발 속도와 폭은 제한적이다.

달라지는 가회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라면 단연 동 이름을 그대로 딴 가회헌(嘉會軒ㆍ02-747-1592)일 듯싶다.

재동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경복궁 쪽으로 좌회전하자마자 오른편에 자리한 가회헌은 이탈리아 식당과 와인바, 베이커리를 갖춘 복합 레스토랑이다.

주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광화문 '나무와 벽돌'의 지점이기도 하다.

가회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현대식 2층 건물과 맞닿아 있는 한옥.

전혀 다른 두 건물 사이 작은 마당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이 건물은 14명이 들어갈 수 있는 특실 역할을 한다.

양식 건물 2층에는 홀과 그보다 작은 규모의 방이 2개 더 있다.

가회헌의 대표 메뉴는 양갈비구이와 안심 스테이크. 파스타는 직접 국수까지 뽑는 홈메이드를 포함해 정통 스타일을 추구한다.

애피타이저로는 카프리식 토마토와 물소젖 모차렐라 치즈 샐러드나 고르곤졸라 치즈와 호두를 곁들인 시금치 샐러드를 권할 만하다.

메인은 3만원대 중반, 파스타는 거의 2만원 이하로 청담동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300종의 와인을 갖추고 있는 1층 와인바에서도 주로 취급하는 와인은 올드 월드,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

가회헌 바로 옆에는 태국 레스토랑 애프터 더 레인(02-730-2051), 행정구역상으로는 재동이지만 가회헌 바로 길 건너에는 자연음식 전문점을 내세우는 고급 한식집 달개비(02-765-2068)가 있다.

음식 종류는 다르지만 퀄리티나 가회동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는 데는 가회헌과 대동소이하다.

법조인, 주한외국인, 문화예술인이 많이 찾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세 곳 모두 룸을 갖추고 있어 모임을 하기 좋고 밸릿파킹이 돼 삼청동처럼 차 세울 곳을 찾느라 애먹을 일이 없다.

재동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삼청동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최근 서양 레스토랑 오키친(02-744-6420)이 문을 열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오정미 씨가 일본인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그에게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이 음식은 물론 서빙도 한다.

규모는 가회헌보다 훨씬 작지만 역시 한옥을 개조한 정감 있는 공간에 매일 메뉴가 바뀌는 것도 특색이다.


오키친에서 조금 내려가다 보면 궁연(02-3673-1104)이라는 한식당이 있다.

요리연구가 한복려 씨가 운영하는 궁중음식전문점이다.

궁연에서 헌법재판소까지 내려가면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로씨니도 비교적 캐주얼하면서도 품격 있는 이탈리아 음식과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

음료나 간단한 간식만 하고 싶다면 삼청동 쪽 언덕길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지나 죽 올라가다 왼편에 있는 갤러리 마노 2층 카페에 들러보자.

군더더기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커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궁연 맞은편 케이크 전문점 제이스케익에서는 케이크도 테이크아웃해 준다.

이 밖에 행정구역상으로는 재동인 가회헌 맞은편 투고 커피와 같은 길이지만 화동에 속하는 로스팅 커피전문점 연두, 한옥의 운치를 살린 내부 장식에 복분자와 대추차, 유자차 등을 내오는 찻집 문향재도 오랜만에 걷는 다리를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출처 : Tong - seattletwins님의 맛집통